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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s Travelling

엄마와 딸 가볼만한 여행지 추천 강진여행 시문학기념관과 맛집 그리고 고바우전망대까지





엄마랑 딸이랑 갈만한 여행지 추천, 대화를 하고 싶다면 강진을 추천합니다~

 

강진여행은 참 좋았다.

우리가 처음 들린 곳은 시문학관이었다. 네비를 이곳으로 찍고 왔거든 ㅋ.  

 

엄마도 보던 어릴 적 교과서. 저 멀리 님의 침묵도 보인다. 

 

어릴 적 엄마는 나에게 책 좀 읽으라고..  '마르고 닳도록'이야기했었다. 내가 하도 책을 안 읽어서"'제발 만화책이라도 봐라."'라고 하던 엄마였다. ;;

 

엄마는 나에게 책 읽는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선택한 방법들이 몇가지 있다.

한 가지는 거실과 안방 한쪽 벽면을 책으로 가득 채우는 것이다. 특히 TV를 보며 앉는 위치 바로 옆, 시선 닿는 곳엔 모두 책들을 꽂아 놓으셨다. 화장실엔 짧은 시집이 있었다. 몇년 간 나는 그것들을 간단히 무시했다.

 

엄마랑 내가 지금도 웃으며 하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내가 스무 살 때의 일이다.

기숙사에 살던 나는 방학이 되어 집으로 내려왔다. 평소보다 책들이 많이 놓여 있었다. TV 근처, 화장실, 침대 옆, 식탁 위 심지어 신발장 위에도 말이다. 스무 살쯤 되니 나는 엄마의 의도가 보였다. 엄마도 내가 스무 살쯤 되니 아주 작정을 하고 놓아두신 것이다.

 하루는 내가 TV를 보고 있다가 엄마에게 할 말이 생각나서 안방문을 활짝 열며 '엄마~'하고 불렀다. 그 순간..

 

 

 

 

그 순간 엄마는 침대에 누워 계시다가 얼른 옆에 놓아둔 책을 집어 드셨다. 우리는 눈이 마주쳤다. 난 웃음이 나왔다.  "엄마 딱걸렸어~"라며 깔깔깔 웃기 시작했다. 엄마도 그런 날 보며 같이 웃으셨다. 우리는 안방에서 한참을 웃었다. 나중엔 배가 아파서 그만 웃자고 할 때 까지... ㅋㅋㅋㅋㅋ

 

엄마는 참으로 애쓰셨던 거다. 책읽으라고 잔소리 하기보다 부모가 책읽는 모습을 보여주시고자 노력하셨던 거다. 나는 그때서야 알았다.  

 

이 사건 이후로 나는 책을 읽으려고 노력했다. 아마 스무 살 때 이후 책 읽는 습관이 길러진 것 같다.

(이 또한 엄마의 전략일까; 후훗)

 

 엄마랑 둘이서 적지 않은 여행을 다녀봤지만 강진여행은 달랐다. 단아하고 알찬 시문학기념관, 영랑생가를 걸었다. 소담소담 골목을 따라 걷는 것은 다른 여행지, 지역축제를 즐기는 것과 달리 꽤 평화로웠다.

 

 나의 어릴 적 이야기, 엄마의 어릴적 이야기를 나누며 걸었다. 요즘은 결혼 적령기가 늦어져서 나를 낳은 엄마를 생각하면  꽤 젊은 나이에 엄마가 된거다. 그 젊은 나이에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은 어떤 것이었을까.

나는 그때 엄마 나이를 훌쩍 넘기고 나서야 엄마가 나를 낳고 살아온 이야길을 듣는다. 그리고 거슬러 올라가 엄마의 청춘이야기 까지.. 지금 껏 들어보진 못한 소소한 에피소드까지.. 골목골목 소박한 이 길이 엄마가 걸어온 길 같다. 여자로서 안쓰러움이 밀려왔다. 

 

엄마와 책 이야기를 나눈 기억은 특별히 없었다. 단지 어릴 적 엄마가 책꽂이에 꽂아두었던 류시화 님의 시집과 이정하 님의 시집을 읽고 있을 때, 엄마가 시집이 어떤지 물어본적이 있다. 그때 나는 시를 읽은 후 나의 느낌보다 시의 줄거리를 말했던 기억이 난다. 

 

갑자기 추어탕이 먹고 싶다는 엄마. 좀 쌩뚱 맞지만 밖에서 오래 걸어 든든한게 드시고 싶었던 모양이다.  여기는 모란 추어탕, 영랑생가에서 큰길로 내려오면 바로 맞은편 골목에 있다.

 

이날!  

 엄마는 운동도 열심히 하며 자기 관리도 철저히 하시는데..  정말 이날은 엄마도 나도 허리띠 풀고 먹었다.;; 단연코 지금까지 먹어본 추어탕 중 가장 맛있었다. 

 

 

나는 서울에 살고 있고 엄마는 부산에 계신데 우리는  자주 전남 강진 모란추어탕 이야길 한다. 그때 정말 맛있었다고! 또 추어탕 먹으러 가자고! 서울, 부산, 그리고 전남 끝이라~  

 

 

강진의 여러 식당을 가본건 아니지만 추천할 수 있다. 이후 찾아본 것이지만 이 집은 추어탕 외 다른 메뉴도 다 맛있다고 한다. 

강진 모란추어탕 강력 추천한다! 정말 후회하진 않을 곳이다. 강진 맛집 모란 추어탕! ㅋ

 

 

 

 

강진여행은 추천코스가 있다. 강진여행 홈페이지에 가면 컨셉별로 코스를 추천해준다.

우리는 당일치기다. 반나절은 강진 시내에서 보내고 또 반나절은 다산 정약용 생가와 고바우 전망대를 갔다.

 

 

고바우전망대에서 지는 노을을 보며 강진여행을 마무리했다. 

강진은 여행정보 없이 '느림'이란 단어만 보고 선택한 여행지였다.

시끌벅쩍한 축제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무엇보다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어 좋았다. 지나온 시간을 어찌할 순 없지만 딸로서 엄마 이야길 들어주고 이해해주는 것, 딸과 함께 걸으며 이야기 나눈 시간들이 엄마에게 힐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꽤 가슴깊이 남을 것 같은 여행이었다. 소소하지만 소중하고 특별했다. 돌아오는 길에도 가을 즘 다시 와보자고 이야기했다.

 

 엄마랑 딸의 강진,

우리에게 강진여행은 자극적이지 않은, 오래 끓인 슬로 푸드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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