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 1일 일기 <내 나이 열아홉>
티벳이 쉽게 주어질줄 알았느냐..
- 고산병을 겪은 경험을 생생히 썼던 일기와 여행 후 경험을 옮겨 적은 것입니다.
(지금 보니 글도 엉망이지만 수정하지 않고 남겨두려고 합니다.)
고산병에 약은 없습니다. 고산병으로 나타나는 증상을 릴리프 시켜주는 약을 먹는 것이죠.
고산병 대비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 이 글의 주제는 아마 '산소통'이 아닐까합니다.
7:00AM
베이징을 떠나 라싸로 향하는 기차에 올랐다.60시간을 앉아서 간다.
38시간째 앉아서 가는 중..
하루가 지나고 14시간이 더 지났다.
90도 직각의자에 앉아서..
종아리가 정말 부어 터질것 같다.
그래도 창밖의 설산이 나를 위로해준다..
이제는 하루도 안 남았다.
돌아갈때는 꼭 침대칸 타리라!! 굳은 결심!!
그래도 창가쪽 자리에 앉아서
풍경이라도 감상하고
기댈 수 있는 것에 감사해야지..
티벳에 너무 가고 싶었기에 참을 수 있었다.
아.. 더욱더 기대되는 티벳.
일어나자 마자 일기도 쓰고
현지인들과 수다를 떨어며 무리했더니
숨이 가빠오기 시작.. 하는가?
고산병에 대해 읽고 오긴했는데
이게 고산병 증상인지 뭔지 모르겠다.
먼가 답답한 느낌은 든다.
3:00 PM
90도 직각의자, 잉쭤.
라싸로 향하는 기차는
47시간 째 달리고 있다. 돌아버리겠다.
입술이 보랗게 변했고,
속은 미식거리며 손 발이 저린다.
근육마다 힘이 빠지고
어깨가 아파온다. 어깨는 왜 아픈거지.
내가 앉은 곳은 마주보고 앉는
가족 자리. 가운데 A4용지만한 탁자가 있다.
아 몰라 다 비켜. 난 간이 탁자에 무조건 엎드린다.
아직 도착도 안했는데.
이런게 고산병인가?
무서워지기 시작한다.
판단력도 흐려지는 것 같다.
많이 아프면 산소를 달라고 해야지 하는 생각조차..
아 몰라몰라.
난 그저 '쉬고싶다..'라고 생각한다.
수십시간을 달리면 건물 하나 혹은
살아있는 것 하나가 보이는것의 다 다.
개미 한마리도 없는 것 처럼.
멍하게 창밖을 보다
허리가 아파 뒤척여 자세를 바꾼다..
점점 지쳐간다.
창밖의 풍경도 나몰라라 패스....
눈물이 나려한다..
입술은 더 보랗게 아니.. 검게 변하고..
57시간 째다.
새벽 1시쯤 되어서
기차내에 파는 도시락을 샀다..
몇 젖가락 끄적이다 말았다..
옆에 아줌마가 증상을 묻더니
요구르트 같은것을 건낸다.
대충 먹고 다시 그대로 엎드렸다..
아.. 손발이 너무 저려온다.
식은땀이 나기 시작한다.
눈물이 고인다. 이런 ㅆㅂ
내가 여기까지 뭣하러 왔을까.
집이 최고다. 방학이라 텔레비전앞에서
예능이나 보며 킥킥대고 있을껀데..
푹신한 이불 돌돌말아 귤이나 까먹고
아침에도 늘어지게 자고 있을텐데..
그러다 잠이 들었나 보다.
2시간쯤 푹 잔 흔적이 온 탁자가득하다..
4명이 쓰는데 온통 내자리가 되어있다..
미안하다며 엉거주춤 정리한다.
그러고 보니 심한 증상은 사라진듯하다..
천천히 움직여야지 휴..
지금 창밖은 우박인지 비인지
창밖을 때리며 무엇인가 내리고 있다..
얼룩진 창을 넘어 보이는
저 먼 지평선까지 하얗게 깔렸다..
그래 티벳이 그렇게 쉽게 올 수 있는곳이라면
택하지 않았겠지..
누구보다 더 한 감동을 받을꺼란 생각에
설레기도 하고 올 수 있어 감사하기만 했다.
창밖은 4계절을 수십번 바꾼다..
아..야크다. 고원지대에 사는 야크,
그래 내가 티벳에 가까워지고 있긴 하나보다.
지금 움직이면 숨이 찰까봐
화장실도 못가고 있다..
한계다.. 윽 천천히 다녀와야지...
5:00PM
한바탕 고산병증세로 곤욕을 치렀다.
'창밖의 풍경은 나와 상관없이 정말 여유롭구나..'
자유곡류하천, 설산, 하...속이 미식거린다.
대장금 , 곰세마리에 미나의 '전화받아'노래까지
한류가 느껴진다.
손바닥에 음료수를 받아 먹는
티벳(같은 그릇을 쓰지 않기때문에)인을 본다.
이런 대자연속에서는
스스로 겸손해 질 수 밖에 없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드디어 라싸에 내려 숙소 도착>
오늘이 몇일이냐,
아이고 판단력이 흐릿하다.
매일쓰던 이메일주소도 잊어 버렸으니..
고산병이 무섭긴 무섭다..
계속 머리가 지끈거리고 숨이 가쁘다.
다행히 토하거나 그런건 없는데..
뭐 먹으면 일이 나긴 날것 같다.
열나고, 숨쉬기 힘들고,
머리 지끈거리는것 빼곤 견딜만하다?
아 머리 아파서 길게 못쓰겠다..
뭔가 하기만해도 숨이찬다..
샤워하다 어지러워 몇번을 쉬었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그와중에 사워하고
빨래까지 1시간 넘게 걸려 다한걸 보면...
난 참..
도미토리 20원 깨끗해서 좋다..
내일 집에 전화드려야겠다..
그리고 남초도 가야지.
에베레스트도 베이스캠프까지만.
티베트 인도접경 국경 부근으로
7월 2일인가 아마 3일 일꺼야
일어났다 머리아프다.
내일 남초가야겠다.
고산병이 너무심하다. 일사도있고..
자다가 열번넘게 깨서 숨을 몰아쉬고 잤다.
난 잔걸까..?
고산병증상..
숨이가빠오고 머리가 아프다.
숨이 더 거칠어 진다.
코가 건조해지고 아프다.
심하면 피가 난다. 한숨을 몰아쉰다.
어지럽다 속이 울렁거린다.
입술이 보랗게 변한다.
눈이 건조해진다.
손발이 저린다.. 입맛이 없어진다.
식은땀이 난다. 옴마니반메옴...
7월 4일
밤에 자다가 한번도깨지 않았다!!
적응하고 있나보다.
몇일동안 휴식한 쾌거!!!
일길 얼마나 써댔는지 모나미를 다썼다.
티벳 아이들에게 주려고 했던
학용품좀 조달해서 써야겠다;;;
일어나서 어제 먹던 피자 한조각을
깨적거리다가 버렸다..
건강이 참 중요하긴하다.
세상에 마인드가 바뀌니..
암튼, 아침에 일어나서
조캉사원을 둘러보고 포탈라궁으로 향했다..
버스로 지날때는 2D평면처럼 보이는 장면에
아, 사진에 나오던곳..이라고 생각했는데,
가까이서 가서 느끼니 그 위엄에
저절로 마음이 겸손해진다.
그런데 오늘표는 sold out.
그래 예약하고 봐야하는건 아는데..
아 몰라몰라, 고산병이 머리를 멈추게 하나..
옆에 있던 사람들이 내일 표는
서쪽가서 표를 사라고 한다.
나는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을 피해
포탈라궁앞에 있는
작은 쉼터에 걸터 앉았다..
옆에 할머니께서 왜 안들어가냐고 물으시는것 같아..
" 진티엔 피아오 (쩔레절레) " (오늘표없데요)
" 이 그어? " (너 혼자야?)
" 뛔 " (네)
" @#%#^#@%&#%$" ( 뭐 혼잔데 그냥가버려~라고하는듯)
하하하! 그러게 그거게..
그게 그렇게 쉬우면 얼마나 좋겠어요..
'할머니가 가서 말해주세요!' 라고 했더니
할머니 호탕하게 웃으신다.
역시 눈을 보면 무슨말을 하는지 알수 있는듯하다..
그렇게 짧은 담소를 나누고 나는 인사를 드리고
다시 일어나 서쩌쪽으로 향한다.
햇빛 한번 끝내준다. 날태워죽일 셈이냐?..
서쪽편에 도착했다.
아저씨, 할머니, 할아버지 다같이
나무그늘에 모여
동동주 한사발씩 하시며
한가로운 오후를 보내신다.
옆에 앉아서 나도 홀짝홀짝
술을 받아 먹고 이야기 하며 놀았다.
혼자왔니, 어디서왔니,
몇살이니.뭐하니..등등.. 이러저런 이야기.
동네사람과의 이야기 제일 재밌다.
앗! 표!. 동네사람들이랑 노느라. 늦었다.
내일가야겠다..............
내일 일찍가서 사고 바로 남초다.
영양섭취가 부족한 느낌이 팍팍든다
뭘 먹어야겠다.
야크치즈와 바나나라시, 끝내준다.
갑자기 머리아픈것도 나은듯.
역시 맛있는 음식이 나를 살리는구나;;
이래서 사람들이 맛집을 찾는거다!!
요리칭찬을 실컷해주고
음식점을 나와 다시 게스트하우스로 향했다
7월 5일
: 남초에서 남초를 상상하다.
타티완 쭝궈 이스라엘 나 이렇게
열명정도 버스에 올랐다..
가는길. 아름답기도, 횡량하기도 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두달 뒤
싸이클럽 다이어리로 옮겨적는 이 순간,
그때보다 지금, 더 한 감동이 심장을 파고든다.)
The highest lake in the world
남초를 갈려면 저 높은 산을 넘어야 하는구나..
도로를 따라 가다보면 갓길에
산소통 파는 아줌마가 산소통을 마구 흔든다
차는 관심 없는 듯
유유히 아주머니 옆을 지나 산길을 따라 올라간다.
하..그리고 10분 후
숨이 갑자기 가빠온다.
맨 앞자리에 앉은 나는 안전벨트를
다시 조여매고 한숨을 크게 쉰다.
남초가 내려다 보이는 산에 다 다랐을때는
머리에 극도의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나는 눈을 질끈감고 흔들리는 차안에서 매우 괴로워한다.
덜컹거리는 차가 멈추고 사이드 브레이크를
올리자마자 나는
온갖 인상을 쓰고 내린다.
아무 게르나 잡고 들어가 가방을 던지고 바로 침대에 눕는다.
그 두통은 이루 말할수가 없다.
누군가 내 뇌속에 손을 집어 넣어 마구 흔들고 쥐어짜는 느낌보다 더 할꺼다.
나는 고통스러웠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몇몇은 호수가로 나갔고
몇몇은 고산병으로 옆 게르에서 휴식을 취하는듯 하다.
나는 잔것도 아니고 안잔것도 아닌것이
얼마나 누워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마 통증에 정신이 반쯤 나간듯..
의도적으로 가뿐 숨을 쉬려다 보니 목젖이 너무 부어 버려
숨을 쉴수가 없다.
온몸이 부어오기 시작하고 식은땀도 난다.
식은땀이 축축히 흐를만큼.
눈이 건조해지기 시작하고
앞이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잠시 정신이 들었다가
이내 발열과 두통에 정신을 잃었던 것 같다.
..
순간 정신이 들었는데
'억'하고 깨면서 숨이 막힘과 동시에 정신이 든다.
내가 숨을 못쉬고 있었던 거다!
이러다 잠든채로 저 세상 가버리는거 아냐? 싶다.
와. 갑자기 죽음의 공포가 엄습해온다.
나는 순간적으로 "Help me! "를 외친다.
오뚜기처럼 벌떡 일어나 기어 가듯이
옆 텐트로 간다.
타이완 커플이 있었다. 나의 떨리는 목소리, 떨리는 손발..
나는 증상이 너무 심해 라싸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일단 약을 건내준다.
나는 뭔지도 모르고 여자가 준 약을 받아먹은 것 같다.
옆에 남자는 나를 보더니 급하게 드라이버를 찾는다.
나는 얼굴에 핏기하나 없는채로 온몸을 떨며 불안한 모습으로 앉아있다.
드라이버가 돌아와 지금 라싸가는 차가 없을꺼라고 한다.
나를 보더니 다시 찾아본다했다.
나는 제발 있기를 하늘에 빌고 또 빌었다.
나는 어떻게 내 침대로 다시 돌아왔는지 모르겠다.
여름인데 너무 춥다. 사람이 이러다 얼어 죽는구나 하고 생각한다.
갖고 온 옷은 다껴입고 이불을 세개나 덥고
밖에 부는 바람소리를 들으며
정신을 반쯤 잃은채 눈물을 흘렸다.
'난 지금 여기서 뭐하는건가..'
잠이 들었나보다,
누군가 다시 깨운다.
처음보는 약을 건낸다 .
빨때를 꽂아 먹는약.
누군지도 정신이 없었고 눈을 감고
통증에 인상을 찡그린 채
받아 먹는다.
바로 뒤 누군가 와서 약을 건내고 또 먹는다.
몇개를 먹었나보다.
다시 눕는다.
곧 누군가 와서 또 약을 줘서 먹었고.
다시 정신을 잃었고..
누군가와서 또 약을..
그리고 또 약을..
나는 약에 취한채 .....
(나중에 돌아와보니,
나라별로 가져온 온갖 약을
5시간동안 스무알을 넘게 먹었단다.)
실은 구토증상까지 있어서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엄마같이 챙겨주셔서
꾸역꾸역 먹었다. 나도 살고 싶었겠지.
이래 죽으나 약먹다 죽으나 마찬가지 아니겠어....
나는 또 정신을 잃는다..
추적추적 게르위로 싸늘한 비가 내리는듯하다.
밖엔 다시 심한 바람소리가 들린다.
이스라엘 놈이 들어와서 괜찮냐고 말을 건낸다.
말소리가 들린다.
"나는 살아 있구나 .."
통증이 참을만 한걸보니 약발이 조금씩 받는듯하다.
이스라엘 친구와 이야기를 나눈다..
거울을 보여주며 입술색을 보란다.
검은 빛 입술, 손에 핏기 하나 없다.
거울을 쥔 손은 덜덜 떨고 있다.
약발은 확실했다. 아니 반쯤 취한 채로.
이스라엘 풍습과 유대인 그리고 종교에 대한 이야기까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 것 같다.
그러다 난 다시 잠이 들었나보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9시쯤되었다.
본능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엉금엉금 기어 게르 문을 연다.
1분에 열발자국씩 남초 호수를 향해 걸어간다.
기어코 남초를 보았다....
하...............................................
........그 공간 공명을 어찌 심장에 다 담을수 있을까.
세상 모든것은 상대적이라 했던가.
라싸 고도가 낮게 느껴지면서 고산증이 가신다.
나중에 샤워할때는 손에 마비가 오긴했지만,,곧 사라졌다.
라싸로 돌아와 샤워하고 빨래도 했다.
나는 다시 야경을 감상하러 빵과 우유를 들고
포탈라 궁으로 향했다.
(사진 : 그렇게 사온빵과 우유를 먹는중.. )
- 여행중 고산병에 관한 일기 몇가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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