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령견을 돌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처음에 작은 생명체로 왔었을때처럼 매순간 케어를 해 줘야 한다. 밥 먹는 것이 소화가 되는지, 잠 자는데 호흡은 편한지, 작은 움직임 마다 걸림돌은 없는지, 온도,습도는 적당한지, 내 생활로 너무 시끄럽진 않은지. 목이 마른데 물은 너무 멀리 있지 않은지..
나도 처음 겪는 노령견 돌봄이라 많은 것이 당황스럽고 힘들었다.
노령견은 증세 따라 케어가 매우 달라지는 것 같다. 우리 강아지 경우, 병원에서 폐수종을 조심스레 얘기했었다. 벌써 16살. 10살 때 큰 수술을 받았다. 이후에 건강하게 살아줬고.. 또 그간 별 탈 없이 잘 견디었다.
(아참, 힌둥이가 한참 건강할 때는 7-8kg 이상, 보통은6-7kg.
인터넷을 찾아 보니 소형견 일수록 더 오래 산다고 한다. 흰둥이는 중형견 쯤 될까?)
불과 6~7개월 전만해도 함께 산책나가서 조깅도 하고 육교 계단도 오르락 내리락... 같이 놀았는데
어느 날 밤,
새벽에 콜록 콜록 #거위기침 을 했다.
켁켁 거리며 몇 번을 기침 하는 것이다.
잠결에 한 두번 기침 하는 줄 알았는데
밤새 몇 번이고 켁켁거렸다.
불을 켜고 흰둥이 상태를 살폈다. 처음엔 목에 뭐가 걸린 줄 알고 입을 벌려 목 안에 살피고, 손으로 훑어주고, 물을 먹여 보고.. 처음엔 새벽에 깨어 함께 있어주니 기침이 잦아들었다.
기관지가 좋지 않은편이라 힌둥이 주변 습도에 신경 쓰는 편이다. 물에 젖은 수건 두 개를 집 옆에 걸어두고 다시 잠이 들었다.
그리고 한동안은 괜찮았다. 그래서 건조해서 켁켁거렸다고 생각했다.
이후에 며칠이 지나 또 조금씩 켁켁 거리면 쓰다듬어주고 가습기를 틀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 세 달이 흐른 것 같다.
나이가 들어 행동이 조금 덜 민첩 하긴 했지만, 밥도 잘먹고, 표정도 좋으며 담담히 노령견을 살아가는 힌둥이었다.
그리고 또 어느날 새벽,
가습기를 충분이 틀어줬는데 많이 켁캑 거렸다. 보통 새벽 2시 3시 4시..한시간 단위로 켁켁거리는 소리에 자꾸 잠에서 깼다.
그래서 아예 거실로 잠자리를 옮겨 안고 자기로 했다.
그 사이,
인터넷으로 노령견의 거위기침 소리, 켁켁거리는 소리 등등 증상에 대해 찾아봤다. 인터넷으로 찾아 보니 의심할 증세들이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심장비대증.
노령견에서 많이 나타나는 증상. 완치가 불가능 하고 약을 먹기 시작하면 계속 먹어야 한단다. 16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다음 주 월요일 병원을 가려 했었는데,
일은 바로 전 주말에 터졌다. 일요일 오후 흰둥이와 산책을 나갔다
석 달 전 흰둥이의 행동이 조금 느려 지고 부터
많이 걷는 건 힘들어 하는 것 같아
강아지 유모차를 샀다.
유모차는 천장을 뚫어 흰둥이가 마주 볼 수 있게끔 개조했다.
밖을 보는 것을 좋아해 안전하게 고개를 내밀 수 있도록 얼굴 만한 구멍도 만들어 주었다
이 때는 미싱도 없어서 꼬깃꼬깃 손바느질로 한땀한땀 힘들게만 들었던 기억이 난다. 입구가 넓어 힌둥이를 꺼내기도 편하다.
무엇보다 전체적으로 탁 트인 개방 감에 저도 좋고 나도 좋다.
산책 할 만한 장소에 도착해 흰둥이를 내려놓았다.
산책은 언제나 좋은가 보다. 나도 좋다.
그런데 좋다고 뛰어다니게 한 것이 문제였다.
한 5분 쯤 열심히 걸었을까. 그 자리에 주저 앉아버렸다. 깜짝 놀라서 달려가 들쳐안고 쓰다듬어 주었다. 놀라서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모르겠다. 집으로 향하며 계속 쓰다듬어주었더니 이내 해죽거리며 다시 걷겠다고 난리다.
걱정이 되어 오래 산책 할 수 없었다.
아무래도 심장비대로 폐를 눌러 호흡, 산소전달이 원활하지 않은 듯 했다.
그날저녁
흰둥이는 거실을 어슬렁거리다 다시 쓰러졌다.
이번엔 달랐다. 눈에 촛점이 없었다. 너무 놀랐다. 병원 문은 다 닫은 상태. 갔던 병원에 전화를 했다. 늦은 시간이지만 수의사 분과 연결을 해 주었다. 경황이 없어서 어떻게 얘기 했는지도 모르겠다. 수의사 분 얘기를 듣고 일단 할 수 있는 처치를 해 주었던 것 같다.
그리고 다음날 병원에 갔다.
진찰을 해 보시더니 심장비대증으로 인한 폐수종이 의심 된다 하셨다. 쓰러진 상황과 여러증상을 말씀드리며 혹시 남은 시간을 여쭸더니 보통 3개월 정도라 말씀하셨다.
확실한 진단을 받기 위해선 여러 검사를 해야 한단다. 또한 치료가 된다기보다 증상을 늦추어주는 것이 최선이라 하셨다. 또한 흰둥이는 나이가 많아서 수술을 받으려면 현 병원에서 보다 더 큰 곳에서 하길 추천하셨다. 또한 수술중 위급한 상태에 대한 마음의 준비도 ... 물론 그 또한 치료는 아니었다. 증상을 늦추는 것.
가족과 상의 할 시간이 필요했다.
일단 영양제, 비타민 주사를 놓아달라고 했다.
흰둥이를 편하게 해줄 수 있는 방법 앞으로 겪게될 증상등등.. 많은 것들을 물어봤는데 여수의사님께서 정말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다. 함께 공감해주시려는 모습에 혼자 끙끙 알았던 힘든 시간들이 위로가 되었다.
(갑자게 눈물이 컹 ㅜㅜ)
집에 돌아오면 나트륨 줄인 북엇국이나 고기를 갈아 사료와 섞여 충분히 먹였다. 식사량은 이전보다 확실이 줄었지만 꼬박꼬박 조금씩 잘 먹었다.
간식 식탐도 여전했는데 그걸 보면 괜히 조금 안심이 됐다.
우리는 무리하게 흰둥이 수술을 하지 않기로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노령견 돌봄에 관해 글을 많이 읽었다.
노견을 돌보는 사람들 혹은 돌봤던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 기억에 남는 것은 건강에 안 좋다고 그렇게 먹고 싶었던 간식 마음껏 못줘서 그렇게 가슴이 아팠다고...
간식탐 없는 강아지들이 어딨으랴.
돌아 보면 힌둥이의 간식탐이 줄어든 건 무지개 다리를 건너기 한 달 전쯤 부터였던 것 같다. 간식에서 눈을 떼진 못하지만 먹기가 편치 않은 듯 해 보였다.
그래,그 때부터 50% 정도로 간식 식탐이 줄었다.
이젠 매일 밤이 아닌 하루 종일 흰둥이가 편히 숨을 쉬고 있는지 체크 하는 것이 일이였다. 쉬고 있을 때도 기도가 충분히 확보 된 자세로 편하게 있는 건지, 기대고 있는 곳에 높이는 적정한지. 하루 종일 붙어 편한 자세를 찾아주고 맞춰주었다.
산책 시간은 짦아졌다. 유모차에 있는 시간이 더 길었다.
인터넷의 생생한 경험담을 들으며 여러 가지를 준비했다. 마음의 준비도...
나이가 들면 배변 실수도 많이 한다고 해서 배변패드, 소독약 등등도 미리 준비해놨다. 혹시 산소가 필요한 응급 상황이 올까봐 위급 시 쓸 수 있는 산소 통도 주문했다.
그런데 그 산소통이 도착하기 전.. 전날 밤.
흰둥이는 다소 헐떡이며 거실을 한 바퀴 돌았다.
거울 앞에서 물그릇 있는 곳으로 그리고 내 앞으로 ..
조금 비트 거렸지만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그러다가 픽 쓰러졌다. 예던처럼 쓰러져도 고개를 들고 있던 때와는 달랐다. 바로 안아 올렸지만 목이 축 늘어졌다. 코에서 물이 나왔다. 방금 마신 물이었던가. 그리고 곧 소변이 나왔다.
흰둥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널 때 나는 울지 않았다. 생각보다 갑작스러웠지만 이미지트레이닝을 해왔던 것 처럼 차분하게 처리를 하였다. 항문과 입을 거즈로 막아주었다. 통풍이 잘 되는 곳에 편한 자세로 눕혔다. 모든 것이 처음이였지만 침착하게 잘 대처했다. 나 밖에 못하니까. 내가 직접 해주고 싶었기에.
몸은 아직 따뜻했고 강직도 오지 않아 마체 자고 있는 것 같았다. 눈도 감겨주었다. 그리고 연신 쓰다듬었다. 온기를 마지막까지 느끼고 싶었다.
힌둥이는 호흡 때문에 늘 목이 불편한 자세였다. 그래서인지 목배게는 꼭 받쳐 주고 싶었다. 내가 보기에 편해서였겠지..
편하게 누워 있던 자세로 눕혔다. 통기가 되도록 창문을 살짝 열어두었다. 나는 새벽 4시쯤 잠들었던 것 같다.
아침에 만져 보니 강직이 왔다. 차가워졌지만 약간의 온기도 살짝 느껴졌다. 힌둥이 털은 여전히 부드러웠고 매끈거렸다.
그리고 나는 산소통을 배달 받았다.
쓸쓸함이 스쳤다.
다른 애들은 배변 실수도 한다는데 힌둥이는 고생 하나 안시키고 갔다.
잘가. 먼저 가 있어, 둥.
나는 힌둥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널 때 보다
이제 건너 가게 될 거라 생각할 때 더 많이 울었던 것 같다.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우는 시간 보다
‘차분하게 잘 대처 해야겠다. 잘 보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흰둥이를 보내고 1년이 다 되어서야 힌둥이에게 있었던 일을 담담하게 쓸 수 있게 됐다. #펫로스 는 시간이 필요하다. 1년다 되어서야 써내려갈 용기가 생겼다. 그래도 여전히 써내려 갈수록 자꾸만 눈물이 흐른다. 다른 분들처럼 똑같이...
#펫로스 #노령견 #강아지폐수종 #심장비대증 #무지개다리
힌둥이가 간 뒤, 다시는 강아지와 함께 하지 않을 거라고 했다.
담담히 버티다 3-4일 째 쯤 지나서야 펑펑 눈물을 쏟았다. 그 때서야 실감이 났던 것 같다. 그리고 이후엔 수시로 눈물이 흘렀다.
흰둥이를 추억 하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강아지가 떠나면 새로운 강아지로 잊는 거라던 주변 분들이 미웠다. 흰둥이를 그렇게 대하기 싫었고, 내 마음을 전혀 모르는 얘기라 생각했다.
신기하게도 무지개다리 건너에서 기다리고 있을거라는 ‘네이버사전’같은 말이 가장 위로가 됐다. 그러면 마음이 좀 편해졌다.
2/3정도 글을 써내려가니 눈물 콧물 범벅이 됐다.
다시는 강아지 안키울 거라던 내 옆에
너무 작은 강아지가 뒤집어 자고 있다.
지금은 적극적으로 데려와준 남편한테 고맙다...
이 글이 #펫로스 를 겪는 분들
무지개다리건넘을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읽혀졌으면 좋겠다.
나도 그 당시 읽었던
생생한 경험 글들이 그 어떤 의학정보보다 위로가 되었듯이.
이 글 또한 작은 위로와 힘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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