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매일유업‘미투’문제제기
시판중 상표.병뚜껑 교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우유 전문기업 서울우유가 바나나 우유 때문에 체면을 잔뜩 구겼다. 이는 서울우유가 최근 우유시장을 평정하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 아래 내놓은 바나나 우유가 짝퉁 시비에 발목이 잡히면서 상표와 병용기 등을 모조리 바꾸는 등 예기치 않은 수모를 당한 것.
서울우유의 이미지에 깊은 상처를 남긴 제품은 최근 선보인 ‘내가 좋아하는 바나나 우유’다. 이 제품은 처음엔 ‘내가 좋아하는 하얀 바나나’였다. 서울우유는 브랜드만 바꾼 게 아니다.
당초 노란색이던 병용기의 뚜껑 색깔도 슬그머니 빨간색으로 갈아 썼다. 바나나 우유의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사용한 바나나색(노란색)을 시판 도중에 빨간색으로 바꿔 유통시키기는 유제품 영업 관행상 극히 이례적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처럼 서울우유가 자존심을 구긴 이유는 매일유업이 짝퉁 시비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실제 매일유업은 최근 서울우유의 ‘내가 좋아하는 하얀 바나나’를 상대로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의 상표권을 침해한 미투(me too) 제품이라고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서울우유 경영진을 향해 ‘내가 좋아하는 하얀 바나나’의 제조, 판매, 광고행위를 중단해 달라는 경고장도 보냈다.
매일유업 한 관계자는 “하얀색 바나나 우유라는 제품 개념과 무색소 천연과즙으로 만든 저지방 우유라는 점, 용기의 크기와 재질, 디자인, 상표 색채 및 서체 등이 자사 제품과 유사해 소비자 혼란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매일유업의 짝퉁 시비에 봉착한 서울우유는 급기야 노란색 병뚜껑을 바나나 이미지와 무관한 빨간색으로 변경하는 긴급 조치를 단행했다. ‘내가 좋아하는 하얀 바나나’ 브랜드도 ‘내가 좋아하는 바나나 우유’라는 새로운 이름표로 바꿔 달았다. 매일유업의 공세에 서울우유 경영진이 항복(?)을 선언한 것이다.
서울우유의 이 같은 발빠른(?) 움직임에 대해 매일유업 측은 여전히 불만스런 표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서울우유 측이 브랜드와 병뚜껑 색깔을 바꾸는 등 노력하는 모습은 보였지만 미투상품의 흔적을 100% 없애진 못했다는 것이다. 매일유업의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는 9월 말 현재 누계 판매량이 3000만개를 돌파했다. 요즘도 하루평균 20만개씩 팔리는 등 바나나 우유시장의 다크호스로 주목받는 상품이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바나나 우유시장에선 이미 ‘흰색 바나나 우유=매일유업’이란 등식이 각인됐다”며 “연구개발과 마케팅 노력 없이 유명 브랜드의 인기에 무임승차하려는 미투제품 풍토는 이젠 바꿔야 할 때”라고 말했다. 남양유업과 빙그레의 우유의 ‘미투제품’ 분쟁 직후 촉발된 매일유업과 서울우유 간의 바나나 우유 짝퉁 신경전이 우유시장의 미투제품 관행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남주 기자(calltaxi@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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